[앵커]
전교생이 딱 10명이었던 시골 작은 면의 한 초등학교.
폐교 위기였는데, 그때로부터 3년이 흘렀습니다.
지금은 어떻게 됐을까요.
이솔 기자가 다시 가봤습니다.
[기자]
경남 함양의 작은 초등학교.
3년 전 6개 학년 중 2개 학년의 학생이 없어 폐교 위기에 내몰렸습니다.
당시 학교는 입학생 가정에 집과 일자리 지원을 약속했습니다.
학교가 학생 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공약을 내놓은지 3년이 지났습니다.
이 학교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요.
다시 가보겠습니다.
3학년 과학 수업 시간.
학생은 네 명으로 각기 자란 곳이 다릅니다.
[현장음]
"(애벌레가 이미 나와있다.) 진짜다. 우와. 움직이고 있어 아직도."
이 고향 출신은 지환이 뿐.
나연이는 거창, 성민이는 창원, 가홍이는 옆 동네에서 전학왔습니다.
서먹했던 것도 잠시, 한가족이 됐습니다.
[김가홍 / 서하초 3학년]
"재미있어요. 인원이 많으니까 여러 가지 놀이를 할 수가 있어요. 진놀이라든가 아니면 오징어 놀이."
넓은 운동장에 전교생 24명이 뛰놉니다.
19명은 타지역 출신으로 이 학교에는 지난 3년 동안 37명이 전학을 왔습니다.
[박상섭 / 서하초 교장]
"서울에서 한 가구가 왔고요. 인천에서 두 가구, 천안에서 두 가구, 필리핀, 외국에서도 한 가구가 왔습니다. 우리 군에서 온 것보다 외부 지역에서 더 많이 와서…"
학교와 지자체가 내건 파격 혜택이 먹혔습니다.
이사를 온 가족에겐 월 10만~20만 원으로 임대아파트 입주 자격을, 학생들에겐 장학금을, 학부모에게는 일자리를 알선해줬습니다.
학교 소개로 면사무소 등에서 일하는 부모들은 마을의 일원이 됐습니다.
[차수선 / 학부모]
"여기 나와서 보니까 지역 주민들을 많이 알 수 있거든요. 더 친해지고. 그렇게 하는 부분이 좋아서 계속 하게 되는 거 같아요."
학교 동문과 마을 주민들이 1억 원 넘게 모은 기금으로 해외연수도 보내줍니다.
[현장음]
"안녕하세요. 제 이름은 신지후. 12살입니다. 함양에 살고요. 취미는 게임, 피자를 좋아합니다."
아이들의 웃음소리에 마을도 활기를 되찾았습니다.
[김종현 / 마을 주민]
"엄청난 변화를 일으켰죠. 초등학교가 폐교됐더라면 아마 서하는 유령마을이 됐을 거예요. 아이들을 보는 거 자체가 엄청나게 우리들한테는 힘이 되죠."
하지만, 숙제도 여전합니다.
근처에 소아응급실 하나 없습니다.
[박은미 / 학부모]
"저희 아이가 열이 나서 경련을 한 적이 있는데 정말 한 시간 넘게 걸리는 병원을 가야 한다든가…"
전학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읍면동을 연계한 자급자족 모델도 마련돼야 합니다.
[마강래 /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]
"읍과 면이 연계된 시설들을 잘 이용할 수 있게, 예를 들어서 중학교 진학이라든가 고등학교 진학까지 연계될 수 있는 자족적 모델을 가지고 있어야 돼요."
올해 입학생이 한 명도 없는 초등학교는 전국에 147곳.
중앙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저출산 대책이 쏟아지고 있는 요즘, 시골초등학교의 생존 전략이 새삼 주목받고 있습니다.
다시간다 이솔입니다.
PD : 홍주형
영상취재 : 김근목
AD : 강한길
작가 : 김예솔
이솔 기자 2sol@ichannela.com